111. 썰백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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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6/16

시호는 길을 걸을때 한눈을 자주 피는 편이야. 그래서 앞을 보지 못하고 넘어지거나 장애물에 걸리지. 코타로와 걷고 있을 때는 코타로를 바라보거나 달콤한 냄새에 끌려 한눈을 팔거나 하는데 앞에 지나가는 자전거를 보지 못하고 부딪힐 순간에 코타로가 시호를 뒤에서 끌어당겼어. 시호는 코타로 품에 안겨 한순간에 일어난 일에 눈만 깜빡깜빡 거렸을 거야. 그리고 눈치를 챘을 때는 이미 코타로 품에 누가봐도 폭 안겨있었고 시호는 한 발작 늦게 반응을 해버렸지. 

“에? ㅈ,ㅈ,죄송합니다!!”
“시호.. 길을 걸을때는 제대로 앞을 보게.”
“네…”

코타로에게 잔소리를 듣고 있는 시호였지만 눈을 데굴데굴 굴리며 얼굴이 붉어지고 있었어. 그리고 코타로도 위험한 상황이라고 하지만 제멋대로 행동을 해버리고 후회했을 것 같아. 항상 든든한 아군, 덧없이 서중한 동료였던 시호가 이렇게 작았나? 싶은 코타로야. 순간이지만 시호를 여자로 생각한 코타로는 헛기침을 하며 귀가 붉어져있었을 것 같아. 그리고 다시 회상하면서 너무 작군.. 이라고 중얼거렸을 것 같아. 코타로는 175에 남자들 치고 몸집이 있는 편은 아니지만 155인 시호에 비하면 큰 편이였지. 그런 코타로에게 시호는 얼마나 작게 느껴졌을까. 얼핏 보면 성인보다 더 앳된 외모에 작은 키인 시호는 아무것도 모른채 코타로에게 얼른 오라며 손짓을 하고 있었어. 절대 넘지못할 것 같던 벽이 조금씩 허물어지는 기분. 코타로는 직감했을 거야. 곧 한계가 올 수 있겠구나 하고.. 

 

 

(2) 6/19

'양이지사가 휴일이 있을리 없겠지만 늘어져 휴일을 보내는 즐쇼가 떠올라. 늦잠을 자고 있는 시호 옆에서 가만히 책을 읽거나 자기 할 일을 하는 코타로. 슬슬 일어날때가 됐는데 하고 시호를 바라보면 이미 눈을 뜨고 코타로를 바라보고 있던 시호와 눈이 마주칠거야. 코타로는 피식 웃어주며 언제 일어났냐고 물어봐주겠지. 

“일어났으면 말를 하지 그랬나.”
“코타로 보는게 더 재미있어요.” 

아침부터 이 무슨 낯부끄러운 말을. 하지만 정작 잠이 덜 깬건지 전혀 부끄러워 하지 않는 시호에 자연스레 넘기는 코타로야. 

“잠이라도 깰겸 우노 한 판 하겠나?”
“네, 좋아요.”

뜬금없이 우노? 지만 어쩔 수 없지. 코타로가 좋아하기도 하고 이곳에서 할 수 있는건 한정적이니까.
“아쉽군, 한 명이 더 있었다면..”
“엘리자베스가 오면 할까요?”
“흠, 오래 걸릴지도 모르겠군.”
“그러면 옆 집에 물어볼까요?”
“오, 그거 좋은 생각이야.”

시호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대로 옆집(?)에 가서 우노를 하겠냐고 물었지만 순순히 응해주는 이는 없었지. 결국에 코타로와 시호 둘이서 우노를 시작하고 있는데 지나가던 히지카타에게 들켰을 것 같아. 맞아, 사실 코타로와 시호가 신혼 집 처럼 늘어지고 우노를 하려고 했던 이 곳은 사실 감옥이였고.. 

“대체 몇번을 말해!! 여기는 네놈들 안방이 아니라고?!”
라고 소리치는 히지카타는 혈압이 올라가는 소리도 같이 들렸어. 이렇게 화내는 히지카타에 코타로와 시호는 대수롭지 않게 우노를 함께하길 권했을 것 같지. 

“자네가 하고싶다고 남에게 화를 내며 쓰겠나.”
“흥, 하고 싶어도 안 시켜줄 거예요.”
“필요없어!!” 집어치워!! 라며 소리치고는 히지카타는 자릴 떠났어. 처음에도 말했지만 양이지사인 코타로와 시호는 정해진 휴일이 없을 거야. 하지만 이미 붙잡힌 상황이라면? 굳이 적인 진선조의 눈치를 살피지도 도망치지 않아도 되니까 이때가 코타로와 시호의 휴일이지 않을까. 

 

 

(3) 6/20

시호는 어딘가 아플때 병원에 가는 편보다 그냥 참고 지나가는 편이야. 물론 이 시대라면 대부분이 그럴텐데 이런 시호에 코타로는 잔소리만 늘어갔을 거야. 정작 본인은 아프면 티를 내지도 못하면서 말이지. 아무튼 그런 시호에게 코타로는 약을 권하는데 어린이 입맛인 시호가 네 하고 받아먹을리가 없잖아? 물론 시호는 진짜 어린이가 아니기 때문에 한 번 거절후 본인이 몸에 무리가 간다 싶으면 약을 먹겠지만 약을 먹고 난 다음에는 꼭 달달한 것을 먹어줘야 했어. 그래야 입안에 씁쓸한 맛이 안 남고 달달한 맛으로 꽉 차니까. 코타로는 약만 잘 먹는다면 그 이후는 봐주고 있고. 그런데 코타로 라도 쓴 맛을 좋아하는건 아니잖아. 시호가 약을 먹고 달달한 사탕이나 초콜렛을 먹는걸 보고 난 후 코타로에게도 답지 않은 버릇이 생긴거지. 시호 따라서 약을 먹고 꼭 달달한 것을 찾는 버릇이. 평소에도 즐겨 먹지 않는데 어째서인지 약만 먹고 나면 입 안에 맴도는 쓴 맛이 신경쓰여 자꾸만 달달한 것에 손이가. 처음에는 시호가 먹으라고 준 사탕으로 점점 초콜릿과 사탕을 시호에게서 받고 나니 버릇이 된거지. 그러다 보니 시호가 없어도 약을 먹고 난 후에는 달달함과 함께 찾아오는 시호 생각으로 가득 채웠을 것 같아. 아플때 누군가 곁에 없다면 서럽고 가장 보고 싶은 생각으로 외로움을 달래듯이 말이야.

 

 

(4) 6/22

온전히 자신을 믿어주고 알아봐주는게 얼마나 큰 위로가 되는지. 항상 지쳐있는 코타로지만 내색하기 힘들어 또 다시 자신을 외면하고 말지. 하지만 그런 코타로이기에 시호와 엘리자베스라는 존재가 자신에게 얼마나 큰지 더욱 알고 있었을 거야. 특히 시호는 한 사내로 자신를 바라봐주고 있는 그대로 믿어주는 존재로서. 사람들에게 기대 받는 눈빛이란, 덧없이도 부질한 것이라고 생각해. 조금만 실수에도 시선을 돌리거나 바로 다른 눈으로 바라보니까. 그런 인생을 살아온 코타로에게 시호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변함없는 눈으로 바라보았을 것 같아. 자신을 믿는 올곧은 눈으로 말이야. 그렇기에 코타로는 사신이 자신의 뒤를 쫓아와도 시호가 있다는 것을 믿었기에 두려워하지 않었어. 저번에 코타로에게 시호는 잃어버릴 생각도 못한 존재라고 했었는데 그 이유가 바로 절대적인 신뢰 그거 하나 때문이야. 코타로와 시호는 사랑하는 연인 이전에 죽음을 함께하는 동료이기도 하니까. 

 

 

(5) 6/25

날이 더워 아무리 사랑하는 사람이라도 붙어있으면 짜증이 날법한데. 코타로는 시호가 아무리 붙어있어도 그냥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가만히 있어줄 거 같아. 참을성도 사무라이에게 필요한 거라며 마치 수행하는 사람처럼 눈을 감고 근엄하게 있는 코타로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코타로 옆에 찰싹 붙어있는 시호지. 물론 참지못할 정도의 더위는 시호를 녹게 만들어.. 그래서 코타로가 옆에 있을 때면 

“코타로.. 덥지 않아요?”
“.. 참고있네.”
“저는 못참겠어요..! 조금만 옆으로 가요.”
“시호… 자네가 날.. 밀어내는건가?”

이엏게 본인을 올려다보며 사내답지 않게 크고 똘망한 눈을 볼때면 시호는 본인이 붙어있을때 옆에 있어주었던 코타로를 생각하고 결국 털썩 주저 앉아 코타로를 두 팔 활짝 벌려 끌어안았을 것 같아. 시호가 두 팔 벌려 안는다고 시호 품에 코타로가 들어갈리가 없지만 코타로는 피식 웃으며 말했을 것 같아. 

“시호, 덥네.” 
코타로의 한 마디에 시호는 입을 삐쭉 내밀었고 코타로를 올려다봤어. 코타로는 입꼬리를 부드럽게 웃으며 시호를 다시 끌어안았어. 

“덥다면서요.”
“자네 사랑이 더 덥게 느껴져서.”
“치.. 알긴 아네요.”

땀이 주르륵 흐르는 날씨에도 꼬옥 붙어있으려고 하는 두 사람을 보면 오히려 보는 사람이 더 더워졌지. 두 사람을 지켜보던 엘리자베스는 선풍기를 들고 다니며 애써 무시했을 것 같아.ww 이후에 당연하게도 찬물을 끼얹으며 다시 못할짓이라고 생각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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