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 5/5
은혼은 참 좋은게 천인 핑계로 뭐든지 가능하다는거야. 가령 몸만 작아졌다?! 라던지. 평소와 같이 코타로와 시호는 쫓기고 있었지. 그대로 도망만 갔다면 평소와 같았을텐데 정말 찰나의 순간 천인의 덫에 걸려버렸고 펑! 소리와 함께 휘말렸을거야. 그리고 그 위를 지나가던 비행선도 피해를 입었는지 위에서 하얀 가루가 떨어졌어. 시호와 코타로는 이틈에 도망가기 위해 이 가루를 피하지 못하고 전부 맞았지. 다행이 적도 정신없었은지 코타로와 시호가 도망가는걸 발견하지는 못했어. 그런데 어쩐지 점점 몸은 무거워지고 보폭은 좁아지는거야. 몇 걸음 못가서 숨이 차오르는걸 보면 나이가 들었나? 라고 생각했는데 되려 반대였어. 인적이 드문 골목에서 숨을 돌리는데 둘은 깜짝 놀라 비명을 지를 수밖에 없었을거야. “코, 코타로에요?! 설마 저도..!” “시호 자네인가..?! 대체 그 모습은!” 시호가 당황한채 몸을 이리저리 살피는 동안에 코타로는 상황을 되짚어 보며 단숨에 상황파악을 했어. 아까 뒤집어썼단 그 가루라고 확신했을거야. 그리고 이 상태로 노출되면 위험하다고 생각한 코타로는 우선 작아진 몸 때문에 질질 끌리는 옷을 해결하기로 했지. 아직도 어리둥절 한 시호를 데리고 몰래 옷을 사 갈아입었지. 이 상태로 거처에 가봤자 그 누구도 몰라보고 그저 어린 아이가 잘못 들어온거라고 생각할테니까. 다행이 소지품은 옷 안에 그대로 있어서 무사히 몸에 딱 맞은 의상으로 갈아입었을거야. 그리고 코타로는 멈칫하더니 머리를 올려 묶었지. 정말 그때처럼. “코타로 원래 머리 묶어다녔어요?” “다 옛날 일이네.” “그치만… 실제로 코타로 어렸을 때를 직접 눈으로 볼줄은 몰랐어요!” “시호.. 들뜨는 타이밍 아니지않나. 다시 돌아갈 방법을 찾아야하네.” “원래도 그렇게 고지식했어요?” “…..” 그저 헤실헤실 웃고있는 시호에 원래도 이렇게 작았었나 라고 생각했을 거야. 계속 본인을 반짝반짝 초롱초롱한 눈으로 보기 시작하자 부담스러운 코타로는 앓는 소리를 내며 밖에 나가보자고 했지. 분명 알던 거리인데 눈높이가 달라지니 모르는 거리처럼 느껴졌어. 결국 들떴던 시호는 코타로의 손을 꼬옥 잡고 걸어가기 시작했을거야. 알아보는 사람은 없겠지만 코타로는 뭐가 불안한지 전보다 더 경계를 하며 걸어갔어. 어린아이가 되서 그런가? 하지만 몸만 작아졌을 뿐 그대로잖아. 코타로가 진짜로 걱정한건 자신을 알고 있을 녀석이 이 거리에 존재하기 때문이였어. 그런데 잘 걷다가 시호가 걸음을 멈추는거야. 코타로는 시호를 바라보니까 당고집 앞에서 빤히 쳐다보고 있었지. 허. 코타로는 짧게 소리를 내고는 시호의 웃는얼굴에 져서 결국 당고집으로 들어가게 되었어. 더 작아진 입으로 당고를 한 입씩 베어 먹더니 오물오물 작게 움직이는 입이 귀여워 코타로도 모르게 픽 웃었을거야. 이러니 매번 져즐 수밖에 라고 생각한 코타로의 속도 모른채 시호는 아주 맛있게 당고를 먹어 치웠지. 손을 탁탁 가볍게 털더니 “자, 가볼까요!” 먹고 나니 의욕이 넘쳐나는 건가 싶어서 다시 자연스레 손을 잡고 걸음을 뗐어. 우선 마지막으로 가루를 맞은 곳으로 다시 돌아가보기로. 그런데 어린이 날이라서 그런지 카부키쵸 거리에도 북적북적 사람이 너무 많았어. 사람들 사이에 낑겨서 맞잡은 손으로만 의지할 수밖에 없었을거야. 그리고 사람들 무리에서 무사히 빠져나오고 보니까 항상 단정하던 코타로의 모습이 부시시하고 흐트러져있었지. 그모습에 시호는 본인도 모르게 빵 터졌을거야. “아하하, 코타로. 우리 아주 잠시만 즐기면 안 될까요?” 몸만 어린아이가 되었을 뿐인데 어째서 이 모든게 즐겁고 새로운 기분이 드는지 몰랐어. 지금까지 코타로를 항상 믿고 따라왔지만 지금은 코타로와 즐기고 싶은 기분이였어. 그야 사랑하는 사람의 어린 모습을 직접 보는거니까. 코타로는 그제서야 잔뜩 경계를 풀고 웃어보였을거야. 시호는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어. 정말 웃는 모습은 영락없는 사내아이처럼 보였거든. 그리고 둘은 인파속으로 숨어서 어린이 날을 즐겼을거야. 그런데 실컷 놀고나서 신주쿠 중앙공원에 앉아있는데 해는 이미 저물어갔어. 둘은 심각하게 벤치에 앉아 고민을 하는데 후회하기에는 정말 재미있게 놀았고 그렇다고 이대로 방법을 찾는건 포기할 수 없었지. “… 코타로. 이제 어쩌죠.” “어쩌긴. 이제부터라도 방법을 찾아야하지 않겠나.” “이모습 이꼴로요?” 손에는 풍선이 머리에는 동물 머리띠를 얼굴에는 스티커까지. 아주 신나게 놀은 티를 여기저기 내뿜고 있었어. “설마 몸 뿐만 아니라 정신까지 어려지고 있는건가?!” “아뇨, 그랬으면 저희가 방법 찾는걸 포기했을테죠.” 역시나 뒤늦게 부끄러움이 몰려온 코타로인지 머리를 굴리고 있었어. 결국 날이 완전히 저물고 거처에 몰래 들어가 하룻밤을 보내기로 했을거야. 어린 몸으로는 할 수 있는게 제한되어 있으니까. 하지만 대놓고 잠자리에 들면 이상하게 보일게 뻔하니까 작은 몸집을 이용해 오시이레에서 자기로 했을거야. 아마 코타로는 어렸을 때도 이런 장난을 안 해봤을 것 같은데 약간 설레었는지 헛기침을 하며 볼이 발그레 붉어졌어. 시호는 키득키득 웃으며 먼저 들어가 누웠지. 쌓여있는 이불이 감싸주면서 더없이 좋은 침대 같아 바로 잠들었을 것 같아. “잘자요, 코타로.” “자네도 잘 자게, 시호.” 하루종일 돌아다니고 놀았던 탓에 금방 잠든 코타로와 시호는 아침에 우당탕 소리가 들려서 깨어났을거야. 그런데 어쩐지 좁기 느껴지더니 다시 몸이 원래 크기로 돌아왔지. 그렇게 문을 벌컥 열고 코타로는 시호를 깨우는데 시선이 느껴지자 뒤를 돌아보니.. 엘리자베스가 경멸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어. “아, 아니. 엘리자베스 이건..! 어린이 날 기념 추억하고자..!” [다큰 어른이 꼴사나워.] “에, 엘리.. 엘리자베스으!!!!” 결국 그 고지식한 코타로만 동심에 빠져 놀아났다는 소문이 들렸고 전부 사실을 알고 있던 시호는 입을 싸악 닫았지. 본인에게도 그런 소문이 들릴까봐.w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