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3. 썰백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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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달한거 생각하다보니 떠오른건데 2년후 많이 바빠졌을 코타로를 위해 시호는 작은 사탕을 들고 다녔을 것 같지. 반은 자신의 몫으로 그리고 반은 단게 부족한 코타로를 위해서. 물론 코타로는 단걸 즐겨먹는 편은 아니라 찾아먹지는 않지만 시호가 주는건 마다하지 않을 것 같아. 그러다 보니 입 안이 달달해져 찝찝함이 가시지 않을 때면 시호가 딱 마참 커피를 내왔을 거야. 이러니 단걸 좋아하지 않는 코타로라도 시호가 주는 사탕이나 초콜렛은 이따금씩 받아먹었겠지. 그렇게 하루 이틀 며칠을 받아먹었다고 없으면 허전한 정도가 되었어. 코타로는 단건 질색이였다며 중얼거렸지. 시호가 잠시 자리를 비운 탓인지 아니면 매번 챙겨주었던 간식이 없어서 허전한건지 조금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을 것 같아. 시호는 언제 어디서나 자신의 옆에 있어주었고 그녀를 잃을 거라는 생각조차 못해본 코타로야. 그렇기 때문에 잠시 자리를 비운 순간이 입안에 가시지 않는 달달함 처럼 머리속에 맴돌았을 것 같아. 한 번 맛본 달콤한은 좀처럼 잊혀지지 않는 법이거든.   

 

(2) 3/15

시호는 다룰 수 있는 악기는 마땅히 없을 거야. 그야 지금까지 살아와기 급급했고 악기를 배울 수 있는 여유는 없었는걸. 하지만 이따금씩 어디에서나 널린 나뭇잎으로 피리를 불었을 것 같아. 이건 아주 어렸을때 어렷품이 기억나는 추억중 하나였으니까. 시호에게 처음 풀피리를 알려준건 다름이 아니라 그녀의 아버지였을거야. 시호는 어디서든 얻을 수 있는 풀로 피리를 불 수 있다는게, 이것도 음악이 될 수 있다는게 신기했을테지. 하지만 처음에는 그저 푸으으 라는 바람 부는 소리뿐이였을거야. 그모습에 아버지는 호탕하게 웃었을테고 이 모습이 코타로 앞에서 풀피리를 불 수 있다며 당당하게 말하곤 바람소리 밖에 못보여 호탕하게 웃은 코타로와 겹쳐보이지 않았을까. 평소같으면 놀리지 말라고 화냈을 시호지만 기억을 되새기고는 천천히 입을 모아 숨을 크게 들이쉬고 소리를 내었어. 아까와는 다르게 엉성한 바람소리가 아닌 조금 높은 그러나 굵고 얇은 소리를 내며 음악을 만들냈지. 그 모습에 코타로는 넋이 나갈 수 밖에 없었을거야. 매번 덜렁거리던 시호의 모습은 커녕 기품있고 단아한 여인이 서있었으니까. 코타로의 눈동자는 이내 시호로 가득 차올랐고 빠져나올 수 없었어. 본인도 모르게 입을 벌리고 쳐다본 탓에 정신 차리고 보니 시호가 머쓱하게 웃으며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지. 코타로는 시호에게 "좋은 음악을 들려주어 고맙네." 라며 풀어진 표정으로 시호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어줬을 것 같아. 그리고 답례라며 어디서 가져온 샤미센을 켰지. 시호는 샤미센을 가져온 코타로를 보며 놀랄 수 밖에 없었어. 코타로도 시호처럼 음악을 배울 여유따위 없다고 생각했고 무엇보다 그런 모습은 지금까지 보지 못했으니까. 

"코타로 샤미센 할 수 있어요?!"
"어깨너머로 봤네. 전장에서도 샤미센을 키는 겁없는 녀석이 하는걸 봐왔지."
 "배운 것도 아니고 봐왔다고요..?"
"그러니 너무 기대하지 말아주게. 엉성하니까." 
시호의 앞에서인지 답지 않게 긴장한 모습을 보여주던 코타로는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는 음을 하나 하나 내더니 이내 부드러운 하지만 리듬있는 음악을 들려주었을 것 같아. 시호 또한 코타로에게서 눈을 뗄 수 없었어. 코타로의 처음으로 악기를 보여주는 모습인 뿐더러 지금의 코타로는 누구라도 눈을 뗄 수 없다고 확신하는 시호야. 코타로가 샤미센을 내려놓자 마자 손바닥이 따끔할 정도로 박수를 치는 시호일 것 같아. 그런 시호의 모습에 코타로는 자신없던 샤미센을 내세워 보여준 보람이 있다고 생각했을 것 같아. 사실 코타로는 이때 샤미센을 처음 아니면 몇 년만에 만져보지 않았을까 싶어. 좋아하는 이 앞이라고 뭐라도 내세우고 싶었던 그저 사소한 감정이였지만 그 덕에 시호가 더 동경의 눈빛으로 코타로를 바라볼 것 같지. 

 

(3) 3/16

긴토키의 "좀 더 연인스러운 행동을 해라." 라는 말이 계속 머리속에 맴도는 시호일거야. 물론 이런 말을 한 두번 듣는건 아니지만 모든게 처음인 시호에게 부끄러움도 크지만 마음 속 깊은 곳에 두려움이라는 감정도 있지 않을까 싶어. 시호는 그리 도전정신이 강한 편도 아니고 그래도 역시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 나아간다고 생각할거야. 매번 자신의 속도에 맞춰 욕구를 눌러담는 눈동자를 바라보기만 했는걸. 그리고 계속 머리속에 맴도는 오늘, 바로 연인 다운 행동을 하기 위해 용기를 내는 시호야. 먼저 길을 걸을 때는 손을 잡는게 스타트였지. 숨을 가다듬고 제대로 또박또박 말하려고 했는데 본인도 모르게 긴장했는지 말을 더듬고 말았어.

"저.. 코타로. 소,손 잡아도 돼요...?"
"응? 물론이지."

좋아! 라고 속으로 기뻐하는 시호에 코타로는 이번에는 또 무슨 말을 듣고 와서 이런 행동을 하나 생각하는 코타로일거야. 코타로는 항상 시호가 무슨 행동을 할지 꿰뚫어 보는 것 같거든. 그리고 너무 긴장한 탓에 꼬르륵 소리가 나는 배를 진정시키기 위해 음식점으로 들어갔을 거야. 평범하게 음식을 시키고 시호는 또 다시 고민에 빠졌지. 이 상황에서 연인다운 행동이란? 그리고 한 가지 떠오른 것이 먹여주기 였을 것 같아. 시호는 슬금슬금 코타로의 눈치를 살피기 시작했고 대뜸 숟가락에 자신이 먹던 카레를 퍼서 코타로에게 내밀었어. 

"와, 와. .. 여기 카레 맛있어요 코타로."
"그런가. 어제도 먹었는데 말이야."
"에, 그래도 오늘은 뭔가 색다르네요. 한 번 먹ㅇ.."
"그렇군. 확실히 오늘은 조금 다르군." 
처음에 당황하던 코타로는 시호가 핑계를 대며 말을 늘어놓을때 조심스럽게 머리카락을 넘기고는 입을 벌려 그대로 시호가 건내준 카레를 먹었을 것 같아. 시호는 정말로 먹어줄지 몰랐는지 얼굴이 화르륵 하고 붉게 물들어졌어. 그리고 그건 코타로도 마찬가지였지. 지나가던 직원은 별꼴이라며 혀를 차고 일을 했을 것 같지만.ww 어느새 날이 저물어 아까 부끄러워 얼굴이 붉어진 두 사람 같은 노을이 보이기 시작했어. 돌아가는 길에도 코타로와 시호는 손을 잡고 돌아갔겠지. 오늘 시호가 작정하고 결심한 날인지 그날 밤에도 시호는 침구를 양 손가득 안고 코타로 방에 찾아왔어. 밖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보니 낑낑 거리고 있는 시호였어. 코타로는 당황함을 감추지 못한채 우선 시호의 침구를 들어주었지.

"자네가 어찌 여기에.."
"..... 오늘은 같이 자고 싶어요."
"갑자기? 자네 답지않군."
"어제 무서운 꿈을 꾸어서요." 
"어제 무서운 꿈을 꾸어서요."
"하하, 정말 답지 않은 어리광이군. 하지만 거부하지 않겠네."
"에?"

저게 무슨 말이지. 오늘 하루종일 수상하게 보인걸 시호 본인도 알고 있는데 하물며 눈치빠른 코타로가 모를리가. 그럼에도 오늘처럼 다 받아주는 코타로에 방 문이 닫히고 둘 만이 있는 공간에서 자신의 침구를 가지런히 정리하는 코타로에게 한 발자국, 조심스럽게 다가가 입을 벌려 말했어. 

"코타로."
"왜 부르는가."
"키, 키스해줘요.."
"..."

이 말은 코타로도 예상하지 못한 말인지 순간 코타로의 동작이 멈추었어. 그리고 코타로가 뒤돌아보는 순간 시호는 본인 다리에 그대로 넘어지고 말았지. 자세는 오묘한 분위기를 흐르게 했고 당황하던 시호는 머리속이 텅 비어있는 것처럼 굳어있었어. 그리고 코타로는 당황하는 기색없이 시호의 볼을 그 누구보다 다정하게 쓰다듬어 주지 않았을까. 그제서야 정신을 차린 시호는 자신을 똑바로 쳐다보는 코타로 시선을 눈을 데굴데굴 굴렸을거야.

"시호, 사실대로 말하게."
"뭐가 말인가요..?"
"하아.. 누가 자네게에 무슨 말을 했길래 오늘 하루종일.."
"오늘 제 행동이 수상했나요? 그래도 연인 답다고 생각했는데.."
"긴토키인가. 또 이상한 바람을 불어넣은거군." 
"아니에요..! 물론 그런 말을 듣긴 했지만 저도, 저도 하고 싶었어요!"
"서두르지 말게. 기다릴테니.."  

시호를 바라보던 코타로의 눈동자가 일렁이더니 이내 시호가 말을 하려고 입을 벌리는 순간 그 순간을 놓치지 않은 코타로야. 그렇게 조용한 밤에 잔뜩 내쉬는 두 사람의 숨소리가 끝나기도 전에 코타로가 말을 이어갔어. 

"하지만 오늘은 한계라서 도망가지 말고 함께 어울려주게." 

시호는 아무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지. 아무말도 못할걸 알고 말했으면서. 이런 면을 보면 코타로도 사내라는걸 다시끔 깨달은 시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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